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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내몸사용설명서

뇌는 새로운 정보를 어떻게 저장하고 기억하는 것일까 ?

우리가 평소 경험하고 학습하는 내용은 어떤 형태로든 뇌 속에 저장이 된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 메카니즘에 의해 기억장치가 작동되는지 잘 모르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기억을 오랫동안 유지시키는 방법도 잘 알지 못한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므로 복습하지 않으면 쉽게 잊어버리고 만다. 만약, 인간이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모든 경험을 모조리 기억한다면 어떨까 ? 누군가와 이별하고 힘들었던 잊고 싶었던 기억들이 현재와 미래의 나를 계속 괴롭힐 것이다. 이는 ‘망각’이라고 하는 시스템이 결국 인간의 생존에 필요한 것으로 인간이 진화해온 과정으로 생각된다.

인간의 두뇌는 우선순위에 입각해 과거를 기억한다. 먼저 가장 중요한 ‘생존’과 관련된 경험은 기억에서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또한 ‘나와 관련성 있는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나의 관심도 크기’ 등에 따라서 기억은 중요도를 나눈다. 위의 내용에 포함되지 않는 경험은 두뇌에서 기억 연산작업이라는 고되고 힘든 작업을 시작하지 않는다.

도대체 기억이란 두뇌 어디에 저장 되는 것일까 ? 정답은 ‘해마’이다. 해마는 대뇌변연계의 양쪽 측두엽에 위치한 전두의 구조로 해마처럼 생겼으며 기억이라는 연산작업을 담당하고 있다. 새로운 정보를 인식하고 단기/서술 기억을 관장하는 뇌기관이다. 따라서 해마에 손상을 입으면 새로운 정보를 기억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주로 좌측 해마는 최근의 일을 기억하고, 우측 해마는 태어난 이후 모든 일을 기억한다.

우리의 기억은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으로 나누어진다. 주로 해마는 단기기억을 담당하고 대뇌피질이 장기기억을 저장한다. 즉, 뇌로 들어온 감각 정보가 해마라는 기억장치에 단기간 저장되어 있다가 대뇌피질로 보내서 장기기억으로 변하는 것이다. 우리가 경험하여 학습한 감각기억들은 뇌의 ‘가소성’ 원리에 의해 뇌가 변화하면서 시냅스 속에 저장된다. 지식이나 경험이 쌓일수록 시냅스가 더욱 강화되거나, 새롭게 만들어지고 필요없는 기억들은 가지치기라는 과정을 통해 기억에서 점점 잊혀진다.

그렇다면 기억을 오랫동안 유지시키는 방법은 무엇일까 ? 일반적인 기억을 서술기억이라고 한다면, 이보다 더 오래 지속되는 기억은 습관에 의해 만들어지는 절차기억이고, 정말 머릿속에 오랫동안 각인되는 기억은 감정기억이다. 그 이유는 우리의 뇌속에 감정을 담당하는 부위인 편도체가 기억중추인 해마와 붙어 있기 때문에 감정과 기억은 상관 관계가 매우 높다. 즉, 책을 볼때 감정을 담아서 읽는다면, 그것만으로도 감정기억으로 인식되어 머릿 속에 오랫동안 유지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숙면을 잘 취하는 것이다. 우리의 몸은 하루동안 처리할수 있는 활동에 한계가 정해져있다. 일상에서 하루에 수십, 수백개의 선택을 내리고 기억을 하면서 시냅스를 사용하다보면 우리 몸속의 신경전달물질은 결국 고갈되어 흔히 ‘번아웃’이라는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따라서, 일상을 패턴화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아침에 일어나서 무엇을 먹을지, 어떤 옷을 입고 출근할지 등을 고르는 행위 또한 에너지를 고갈시키는 행위이다. 회사의 CEO가 비서를 두는 이유는 잡일에 많은 신경을 쓰다보면 결국 중요한 선택을 해야하는 순간에 이미 에너지가 고갈되어 어리석은 선택을 내릴 확률이 높아진다. 대뇌 신경세포가 지치게 되면 불응기가 찾아오는데 이는 자기방어 수단이자 신경전달 물질을 다시 보충하는 회복기이다. 이때는 ‘숙면’이나 ‘낮잠’을 해주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잠을 자는 동안에 기억들은 정돈되는 과정을 거친다. 쉽게말해 잠을 자는 동안 디스크조각모음이 실행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해마는 학습을 할 때 가장 눈에 띄게 활성화되는데 잠을 자는 중에도 활발하게 움직인다. 즉, 학습과 취침하는 동안 활성화되는 뇌 부위가 동일하다는 뜻이다. 잠자는 동안에 중요한 기억들은 차곡차곡 정리되고, 필요없는 기억은 지워버리는 일련의 활동이 진행되므로, 결국 밤을 새워서 벼락치기 하는 것보다 적절한 수면을 취해주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볼수 있다.